데쓰 프루프 - 거세된 욕망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어느덧 1년 반이 되어가는군요.
그동안 180여개의 글을 쓰면서
올해는 어떠한 글로 2008년을 시작할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2007년의 취업에 대한 글일 수도 있고,
얼마전에 보았던 태왕사신기에 대한 신랄하고도 신랄한 비판 글을 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올해 2008년은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데쓰 프루프(Death proof)' 입니다.
- 욕망을 이야기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흔히 사회적으로 욕망이라고 이야기되는 것들은
대부분 남성의 욕망입니다.
여성의 욕망은 거세되어지고 - 남성은 자신의 성적 욕망에 대해 자유롭지만 여성은 그러지 못하듯 -
남성의 욕망만이 권력과 결탁하여 사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쿠엔틴 타란티노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냅니다.
(이는 그의 영화 '킬빌'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욕망에 대해 너무나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때로는 남성들의 성적 욕망들을 역이용하기도 합니다.
(친구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모습)
흔히 수동적으로 생각되어지던 여성상은 이 영화에서는 너무나 쉽게 거부당해버리는 것이지요.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남성들도 자신의 욕망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까지 너무도 많은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비추어졌기 때문에
굳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것 뿐이겠지만 말입니다.
- 거세된 욕망
문제는 욕망 그 자체가 아니라, 욕망의 충돌에 있습니다.
서로가 가지는 욕망이 어울리지 못하고 충돌해 버리는 것이지요.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싶은 여성, 그리고 그러한 것을 용납 못하는 남성.
영화는 그러한 욕망들이 부딪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커트 러셀이 연기한 '스턴트맨 마이크'는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 그것이 성적인 욕망이든 아니든 - 여성들에 대한
징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들, 그 여성들의 욕망을 거세하는 역할인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역할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만연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는 자신의 차를 이용하여 그러한 여성들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을 죽음으로 안내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차'였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굳이 '차'일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그것이 '남성이라는 위치'일수도 있고, '술'일수도 있으며,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겠지요.
혹자에게는 '결혼'일 수도 있겠네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욕망을 드러낸 여성들은 한 남성에 의해서 그 욕망을 거세당합니다.
이유는 '여성'이기 때문에.
- 성폭력, 그리고 복수
그렇게 많은 여성들의 욕망을 거세하던 남성은
어느 날 (그들이 하는 말로 재수없게) 멋진 언니들에게 잘 못 걸리게 됩니다.
자신이 오히려 쫒기며, 두려워 하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바로 이 한마디를 던지게 되지요.
'미안해요. 단지 장난이었어요.'
많은 성폭력 사건들의 가해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재수없게 걸렸다','그냥 장난이었다.','농담을 좀 한 거 가지고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이 영화는 단지 그 무대를 '차'를 가지고 풀어낸 것이지 현실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영화가 현실사회와 다른 것은
후반부에 이루어지는 너무나! 통쾌한!! 복수극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복잡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단순히 (여러 여성들의 욕망을 거세한) 그의 욕망을 거세해 버립니다.
대단한 언니들의 파워로 말이지요.
그 파워가 어디서 나올 수 있는지, 그것이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 감독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단지 뒤집힌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통쾌함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말입니다.
- 2008년!
2008년에 과연 그렇게 통쾌한 순간이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성적인 욕망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욕망이라는 것은 성적인 것 말고도 - 예를 들어 권력욕 - 너무나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8년!
내 욕망이 어떠한 것이든지 상관없이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동시에 누군가에게 거세당하지 않도록
마치 데쓰프루프의 용감한 언니들처럼 조금은 더 용감해 질 필요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2008년은 단순히 비판만으로 시작하지 않고,
조금의 용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데쓰프루프' 영화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08년은 조금은 더 행복한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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