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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6 여성의 목소리를 말하다 - '뜨거운 것이 좋아'

여성의 목소리를 말하다 - '뜨거운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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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밀한 마케팅

영화는 원하든, 원치 않았든 주요 시청자를 가지게 됩니다. 액션 영화가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주 타겟으로 삼고, 호러 영화가 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 듯, 이 영화 역시 주 시청자를 여성으로 설정합니다. 왜냐면 영화 자체가 여성의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여타 영화와 별반 차이점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여성 고객을 주 타겟으로 하여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영화를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치밀한 마케팅 기획이 숨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안소희,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김민희, 30~40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미숙. 영화는 이러한 구성원들을 한 가족으로 구성함으로서 좁은 범위의 목소리가 아닌, 여성의 삶 전반에 대한 목소리로 확장시킵니다. 10대는 소희의 모습을 보며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20대는 김민희를 보며, 30~40대는 이미숙을 보며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갑니다. 여성의 목소리를 이야기하는 영화이기에 주 타겟이 여성고객이지만, 단순히 여성고객 뿐만이 아닌 남성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 요소는 바로 2007년 최고의 상한가를 기록했던 원더걸스의 안소희입니다. 10대 남성, 그리고 20대 남성은 굳이 이 영화의 목소리에 감응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10대 남성을 주 타겟으로 설정하고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20~40대의 삶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를 가지고 우리 앞에 등장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고 나면, 이 영화 보통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 트라우마 뛰어넘기

한국의 드라마들은 일정한 패턴을 갖습니다. 너무나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출생의 비밀에서부터 평민에서 공주가 되어버리는 - 절대 왕자가 되지 않습니다. - 신데렐라 이야기까지 비슷한 소재들이 너무나 많이 이야기됩니다. 출생의 비밀 같은 경우에는 한국 내에서의 출생의 비밀이 한계가 느끼는지, 해외까지 확장된 출생의 비밀까지 이야기하고 있고 말입니다.
이는 한국의 근현대사의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급격한 사회 발전 속에서 갑자기 신분상승이 된 주변의 모습을 보며 생겼던 질투, 상처들. 가족의 생계 때문에 자식을 해외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슬픈 기억들. 한국의 드라마들은 그러한 지난 역사의 상처를 건드리며 자극하고, 동시에 그런 슬픔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이는 출생의 비밀이나 신데렐라의 꿈은 잘 해결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그 상처를 끊임없이 기억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그러한 트라우마들을 묻지 않는 방식, 또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를 통해서 뛰어넘으려고 합니다. 영화 속의 가정은 엄마, 이모, 딸로 이루어진, 한국사회에서 강요하고 있는 가족 모델과는 다르지만 영화는 그에 대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니 굳이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그렇게 살면 어때? 라고 묻듯이 말입니다.
많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상처낼대로 상처를 내놓고 - 극한 상황으로의 인도 - 한순간에 회복하려고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이 상처가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20대의 김민희가 보여주는 신데렐라 거부하기도 이와 같습니다. 보통 드라마가 재벌 아들과의 만남을 문제 삼기보다는 그 외적인 요소 - 가족들의 반대 - 에 치중하지만, 그래서 그 안에서 본인의 모습은 지워져 가지만, 김민희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와 다릅니다. 오히려 그러한 갈등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입니다.


- 여성의 사랑을 이야기하다.

10대의 안소희는 동성애를 이야기합니다. 20대의 김민희나 30~40대의 이미숙이 다뤘으면 무거웠을지도 혹은 한국사회의 호모포비아적인 경향으로 인해서 거부감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몰랐을 주제를 조금은 더 가볍게 가지고 갑니다.

20대의 김민희는 동시대의 성공과 사랑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20대로서의 사랑이란 무엇인 것인가를 묻습니다. 20대로서 성공이 가지는 의미가 아닌, 20대의 성공 그 자체를 묻습니다.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이 성공인 것인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성공인 것인지를 묻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인 것인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것이 성공인 것인지를 묻습니다. 물론 그 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30~40대의 이미숙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묻습니다. 폐경기 - 완경 - 의 여성에게 자신은 여자인가라고 끊임없이 묻습니다. 때로는 젊은 남성과의 사랑을 통해서 확인하려 하기도 하며, 때로는 좌절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풍부한 감정으로 이야기합니다. 막판에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한 다소 억지스러운 요소가 존재했지만, 그냥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마쳤어도 나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20대의 성공과 사랑이란

어쩌면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온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보통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망각으로 잊혀져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대한 물음 앞에 마주설 용기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의 미래가 예상되지 않듯, 마찬가지로 모두의 미래는 미결정의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만 이제는 문제를 망각함으로서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에 마주설 수 있는 용기가 조금은 더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20대의 모든 청춘들의 삶이 조금은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08/01/26 17:47 2008/01/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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