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여 通하라? - 성, 소통, 그리고 책임
문제가 없는 한 제24호 연세통에 실리게 될 기사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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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여 通하라? - 성, 소통, 그리고 책임>
지난 제23호 연세통에는 ‘연세여 通하라’라는 독자투고 형식의 기사가 실렸었다. 그 기사를 잠깐 살펴보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연세사회가 연세통으로 인해 서로 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글이었다. 그리고 그 기사의 끝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우리 연세인들이 통할 수 있게, 같이 모여 욕 하자고 호객 좀 부탁한다. 서비스 한번 끝내 주게 우릴 흥분시킨다고 얘기하면서!”
농담에는 그에 대한 맥락이 존재한다. 하나의 농담은 어떤 이에게는 유쾌함을 던져 줄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술집에는 남성이 여성의 화장실을 훔쳐보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누군가는 다른 이에게 유쾌함을 주기 위해 그 표지판을 달았겠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미 그 표지판은 이제 더 이상 농담으로 남아있지 않고 현실이 되어 버렸다. 아니 예전부터 현실이었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있어서 계속 농담으로 남아있었을 뿐이다.
‘연세여 通하라’의 기사에서 호객행위, 서비스, 흥분이 무엇을 의미하고 썼는지는 본인이 아니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그 기사를 보고 성매매가 연상된 것은 비단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위에서 하나의 표지판이 누군가에게는 농담으로, 누군가에게는 성폭력의 기억으로 다가오는 것을 단순히 농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모든 성적인 농담을 거부하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니다. 동시에 성폭력, 성매매 등 남성중심주의적인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들을, 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담거리로 삼을 수 있을 만큼의 대담한 사람 역시 아니다.
서로 다른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발생하는 차이를 단순히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소통을 방해할 수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연세여 通하라’의 글에서의 호객행위, 서비스, 흥분은 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한 것일까? 그렇게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흥분시킬 수 있는 것일까? 결국 글쓴이의 수화자는 ‘남성’인 것이고, 글쓴이는 자신의 글에서 소통하자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대상을 남성만으로 상정하고 여성은 자연스럽게 배제시키고 있다.
또한 언론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글이 독자투고란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과연 독자인 글쓴이의 소통만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을까? 그 글을 실은 언론매체는 그 글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는 것일까? ‘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연세通’이 연세사회 내에서 소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대안적인 언론매체로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한다면, 감히 ‘연세通’이 어떤 의의를 가지는 신문이 되고 싶은지 묻고 싶다. ‘연세通’이 생각하는 소통이 무엇인지, 그들이 소통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 단순히 모든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는 언론이 아니라, 최소한 소수자 집단의 목소리를 배제시키지 않는 언론이고자 한다면 말이다.
소통의 위기라고들 한다. 여기저기서 소통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호객행위와 서비스를 통한 흥분을 들고 소통을 하자고 하고, 누군가는 소통을 위해 모든 이야기들을 수면 밖으로 끄집어내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할 소통이 과연 이와 같은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시 되묻고 싶다.
연세사회 내에서의 소통에 대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시도는 기존에 드러난 남성 엘리트 이성애주의자의 목소리들을 다시 들려주는 것이 아닌, 이제까지 말하지 못했거나 말했어도 듣지 않았던 이야기,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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