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에 대한 고찰





















올해부터

연세대학교에서 성희롱 예방 온라인 교육이 의무화되었습니다.
(다른 학교들은 어찌 되었는지 잘모르겠군요.)

성발전 기본법 제17조의 2 및 공공기관의 성희롱예방지침에 따라 의무화했다고 합니다.

상당히 바람직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년 연세대학교에서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때론 묻혀가기도, 때론 공개되기도 해왔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과연 온라인 교육으로 반성폭력 교육이 충분할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지만

그래도 아예 교육을 안하느니 보다는 나은거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온라인 교육이 아닌

체계적인 반성폭력에 대한 교육이 오프라인으로

초등교육부터 쭈욱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봅니다.



혹시...

이번의 성희롱 예방 온라인 교육을 대강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넘어가려 하시는

분들은 제 주변에 없으시겠죠?^^



제 자신도 많이 부족하기에 위의 교육과정들을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들 저런 사람이 어딨어 또는 설마 내가 그러겠느냐고 생각을 하지만

대다수의 성폭력 사건들은 그러한 틈새에서부터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더욱 주의깊게 내용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조금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 있어서 한번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위의 교육중에서는 이런 항목이 존재합니다. (첨부된 파일)

성적 모욕감 또는 수치심을 느꼈는가?

-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과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 고려



성폭력 사건의 판단에 있어서 피해자의 의사존중과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 고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합리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학내 성폭력 사건들 중 많은 비중이 사회적으로 '합리적'이고 '지식인'이라고

일켤여지는 교수들에 의해서 발생됩니다.

좀 더 사회적으로 명문대에 다니는 사람들에 의한,

그리고 좀 더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 의한 성폭력 또한 매우 빈번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막상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에 대해서 인정하려고 들지 않은 경향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심한 것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수업 시간에 일어나는 언어적 성폭력, 그리고 환경적 성폭력,

또한 그에 대한 피해자에게 '너가 너무 예민한거야.'라고

'친절히' 설명 해주는 2차 가해까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당당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전 그에 대한 핵심에 위에 이야기한 '합리성'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인일수록, 그리고 좀 더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일수록

본인이 하는 행동이 옳다고, 그리고 좀 더 합리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존재하는 듯 합니다.

자신은 정말 많은 공부를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누구에게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해서 매우 불쾌해 하는 듯 보입니다.

본인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뛰어날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지는 듯 보입니다.

예전에 의대에 다니는 누군가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술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음담패설을 쏟아내었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그에게 제가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무슨 연유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가'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신이 주위 사람들의 기분을 얼마나 이해하길래 그렇게 이야기를 하느냐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의대에 다니면서 여자도 많이 해부해 보고, 남자도 많이 해부해 보고

그랬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사람에 대해서 잘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 많은 언쟁이 있었고 도저히 말이 안통할 거 같아서,

그 사람 옆에 꼭 붙어서 그사람이 말 못하게 계속 말을 걸었던 생각이 듭니다.


위의 사례는 보기에는 너무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 우리 주변에는 위와 비슷한 사례가 너무도 많이 일어납니다.

수업시간에 성적 모욕감을 느낀 한 여학우에게

'너가 너무 예민한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교수의 모습은

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사람들이 자기자신이 가진 기준이

'유일한 합리적' 기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합리성의 기준이 A라면,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A를 갖는 것이 아니라, B 또는 C의 합리성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또한 그것의 차이를 서로 확인할 기회조차 많이 주어지지 않는데 말이죠.
(권위적인 사람일수록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 줄어들겠죠.)

그리고 본인이 가진 '합리성의 기준'이 강한 사람일수록

어떠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죠.

분명 자기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기준이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친해지기 위해서 그랬어, 또는 너가 심심해 할까봐 그랬어.등등
(저도 이러한 이야기에서 결코 자유롭지가 못하군요.ㅋ)


개인의 '합리성'의 기준이 다를 경우

이제 위와 같이 '사회통념상' 이라는 말이 붙게 됩니다.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기준,

이것을 우리는 Common sense - 상식이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그러나 합리적이라는 것과 상식은 조금 다른 뉘양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이 서로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상식이라는 것은 하나의 선을 형성합니다.

어떠한 것이 상식인지, 비상식인지를 나누는 하나의 선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 선의 높낮이는 사회의 역사발전과정에 따라 변화를 합니다.

예전에 여성이 결혼하면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 두는 것이 상식이었다면,

지금의 상식선은 그것을 비상식의 영역으로 집어넣기 때문이지요.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마찬가지로 상식의 선이 달리 그어질 수가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생각하는 상식선과, 제가 생각하는 상식선이 다를 수 있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사회적으로 그어지고 있는 상식선에 대해서만 이야기할까 합니다.


상식선은 역사의 발전 과정에 따라서 변화합니다.

따라서 이것 - 상식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이성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싶은 것은,

그러한 상식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이야기하고자 싶은 것이 아니라

상식선 역시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상식선이 올바른 상식선인가를 묻고 싶은 것입니다.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기준들이 많은 성폭력의 사건들을 상식의 범주에 넣고 있다면,

그것을 과연 올바른 상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것을 올바른 사회적 통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것을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합리적'이라는 말은 쉽게 쓰여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가장 '비합리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자기 학문의 부분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인 사람들이

양성평등에 있어서는 가장 '비합리적'인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보통 위의 '합리성'으로 (자기 학문분야 부분)

모든 행위를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오류를 가지고 옵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합리성'이 정말 합리적인 것인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정말 '원래부터 그런 환경'이었던 것인지.


혹시 만들어져 왔던 것이고,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것으로 사고하고 있는 -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에 -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그리고 현재 그어진 상식의 선은 정말 올바른 것인지 말입니다.



올해 다시

그동안 손에 잡지 않았던 여성학 관련 책들을 손에 쥐어봐야겠습니다.

제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제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누군가에 대한 억압을 행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2006/07/02 23:02 2006/07/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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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글 링크 보관 - 반성폭력 교육에 대한 리뷰

    Tracked from 젠젠젠젠틀맨이다 2006/11/13 15:51  삭제

    <STYLE>P {MARGIN-TOP: 2px; MARGIN-BOTTOM: 2px}</STYLE><A href="http://www.hyuk.co.kr/4" target=_blank> <P>합리성에 대한 고찰</P> <P></A>&nbsp;</P> <P>어느 대학생이 쓴 글이다.</P> <P>학내 온라인&nbsp;반성폭력 교육과정에 참가하고 난 뒤 소감과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P> <P>나는 이 학생이 자기의 '상식'을 침해당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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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경신 2006/07/09 0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홈페이지 입력 안하면 댓글 못다는 건가요?
    아 달 수 있구나.
    흠 형이 써놓은 말. 지키려고 노력은 나름 하지만(자신이 정말 합리적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이 정말 상식인지 뭐 이런것들이요) 참 자주 까먹게 되고 상대방에 대해선 잘 보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선 잘 못보고 그러는거 같아요.
    흠 참 말 주변이 없군요 대강 이해하셨으리라 믿어요 ^^

  2. 2006/07/09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이해했어~
    머 나도 까먹는 경우가 많은걸.ㅋ
    지금의 모습 보기좋아.^^
    앞으로도 더 멋진 모습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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