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625),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오늘은 사람들이 6.25라고 불리는 날입니다.
1950년도의 한국전쟁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실 한국문화에 오래 젖어든 사람이라면
한국전쟁이라는 말보다 6.25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할 것입니다.
동시에 그들은 한국전쟁이라는 말을 어색해 할 수도 있습니다.
1950년도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은
한 국가에서의 내전의 양상을 넘어선 국제전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강대국이었던 미국, 소련을 포함하여
중국, 그리고 세계의 각 국가에서 지원된 병사들로 이루어진 UN군까지 참전을 하였으니 말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한국전쟁을 내전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6.25라는 말은
한국전쟁을 단순히 숫자에 가두어 버림으로서 내전의 성격을 강조시킵니다.
전쟁이라는 말대신 숫자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입니다.
6.25라는 말보다 한국전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사건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서 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전쟁이 막을 내린지 50년이 지났습니다.
누군가는 한국전쟁은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군사적 긴장감때문에라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국전쟁의 복잡한 기억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과거에 놓아두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북한이 악이고, 남한이 선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한국전쟁에 대해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될 것인가요?
전쟁 직후
양 국가들은 한동안 전쟁에 대한 자신들의 정당성을 이해시키는데 주력하였습니다.
북한이 먼저 침공했다는 북침설, 그 반대인 남침설,
서로가 얼마나 잔혹하게 살상을 했는지 더욱 드라마틱하게 국민들에게 이야기했고,
누가 선인지, 누가 악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한국전쟁을 이야기하는 모든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아직 그 논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싸이월드의 메인화면을 보았습니다.
'통일을 해야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떡하니 놓여있는 대답은 '우린 한민족이니까요'라는 답이었습니다.
우리가 한국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할 부분이 전쟁의 당위성, 통일의 당위성밖에 없는 건가요?
전쟁을 누가 일으켰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
동시에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이 한국전쟁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전쟁에 대한 기억은 다를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한 지역에서 한마을의 사람들이 몰살을 당하였습니다.
그것을 보고 남한 사람들은 '우리가 북괴를 처단했다'라고 이야기했고,
그 지역의 북한 사람들은 미군이 이런 무자비한 일을 했다라고 이야기했으며,
미군은 우리는 그 곳을 지나친 적이 없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전쟁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그 당사자인 사람들이 기억하는 방식은 너무도 상이했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북괴를 얼마나 처단하는가가 애국심의 발로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본인들이 죽였다고 주장을 했으며,
북한 사람들은 반미의 입장에서 미군이 죽였다고 이야기를 하였을 것입니다.
미군은 껄끄러운 사건에 개입되는 것이 싫었기에 그 곳을 지나친 일이 없다고 하였을 것입니다.
이 세가지 모두가 진실일 수도, 동시에 이 세가지 모두가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전쟁에 대한 기억,
그것은 자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너무도 상이하게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쟁에 대한 기억은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기 때문에
더욱더 전쟁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기억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전쟁에 대한 기억은 그 전쟁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애국심을 고취하는데 있어서 매우 좋은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남한에서의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라는 말 한마디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외부의 적으로 돌릴 좋은 기제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일이 너무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전쟁에 대한 위협이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해 기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서 국가적 위기상황을, 혹은 껄끄러운 정책을 해결해 왔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5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군대를 거부하는 양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아직 우리나라(남한)은 군사적 긴장상태에 놓여져 있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분단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민주주의도, 어떠한 개인의 자유도,
어떠한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하지 말이야 된다는 것입니까?
전쟁에 대한 기억은
전쟁을 경험했던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전쟁을 경험하지 않고 간접적인 이야기나 문화, 사회, 정치로 겪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많은 물음에 대한 답변이
'분단국가라서 할 수 없다'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그들이 말하는 통일이 된 후에는
'통일직후의 사회가 불안정하잖아'로 이야기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할 인권, 자유, 평등등 많은 기본권에 대한 가치들에 대한 해답이
'통일'이 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한민족'이기 떄문에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혼을 한 모든 부부에게
'우리는 한 가족이었잖아. 그러니 합쳐야 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이야기는 많이 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전쟁에 대한 기억의 영향때문이든, 아니든 말입니다.
우리는 통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통일 그 자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이 우리의 삶의 자유, 인권, 행복등과 어떻게 연관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여야 합니다.
단순히 한민족이니까 통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는 전쟁의 위협보다
여성들에게는 밤거리에서의 위협이 더 큰 고통일 수 있으며,
청년들에게는 실업에 대한 아픔이 더 큰 고통일 수 있으며,
노숙자에게는 당장 어디서 자야되는지가 더 큰 고통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그래도 할 수 있는게 국가안보라고, 전쟁이 안일어나서 이 정도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때로는 죽음보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우선시될 수 있다고,
개같이 오래 사느니, 짧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선택도 있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쟁에 대한 위협이 정말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실제로
그정도인 것이냐고 되물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역시
TV를 포함한 많은 매체에서는 6.25를 기억하자라고 이야기될 것입니다.
우리의 호국영정들을 기억하자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기억해야 될 것은,
누구를 위한 호국영정들인지 - 반대쪽에서 보았을 때에는 가장 적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 - ,
왜 우리가 한국전쟁을 기억할 때 통일을 생각해야 되는지,
한국전쟁을 그들이 - 방송에서 나오는 국가 지배자들, 매체 지배자들 - 어떻게 이야기하고,
무엇과 연결시키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전쟁이라는 요소가 가지고 있는 파괴성, 잔혹성과 함께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파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한국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가 아닌
이것들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파고 들어 우리의 생각, 행동들을 제약하고 있는지,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될 가치가 무엇인지,
그렇기에 우리는 6월 25일 지금
무엇을 기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6월 25일입니다.
전쟁을 기념하는 6월 25일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기념해야 될 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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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한국전쟁
Tracked from Café con leche 2007/06/26 00:15 삭제한국전쟁 57주년 기념 관련 기사를 읽었다. 대략, 한국전쟁이 점점 잊혀지고 있지만 우리는 당시 군인들의 평화와 자유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기억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숭고하게 희생한 외국 군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너무 결과론적인 비약이며, 가식이다. 사실 한국전쟁에 너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뭐라고 하든 전쟁은 전쟁일 뿐이고, 무의미한 희생만을 만든다. 굳이 한국전쟁을 말하자면 '내전형식을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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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공감합니다.
당연한 얘기인거 같지만, 민족주의보다는 인권이 우선하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 트랙백 전송합니다-
트랙백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종종 블로그로 찾아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