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비폭력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산가족 상봉 중지를 포함해서
포스코 건설노조는 포스코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 중입니다.
거리에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반대하는 것은 좋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안주게끔 조용히 하라고 말입니다.
언뜻 들어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폭력없이 조용히 대화와 타협으로 일을 풀어나가라고 말합니다.
이또한 언뜻 들어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몇몇 시위 현장에서는
시위를 하는 사람과 그것을 저지하는 사람과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 신문에서는 이야기합니다.
어떤 도구를 썼으며, 전경이 몇 명이 다쳤으며 회사에 입힌 경제 피해가 얼마인지 말입니다.
그렇게 사건은 보도되고, 그렇게 사건은 해석됩니다.
그러나 '폭력'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무언가로 사람을 때리는 것, 그것만이 폭력일까요?
한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어떤 아이가 한 아이를 계속해서 놀리다가 결국 그 아이에게 맞았습니다.
과연 누가 잘못일까요? 단순히 때린 아이만의 잘못일까요?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임신한 한 회사원에게 계속해서 퇴사압력을 넣던 상사가 그의 남편에게 맞았다고 해봅시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요? 단순히 때린 사람만의 잘못일까요?
아니라고 한다면 누구의 잘못이 더 클까요?
단순히 쉽게 누구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권위적인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앉아있는 것,
이것은 폭력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하나의 행위에 대한 해석은
그 행위를 둘러싼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단순한 팩트(fact)들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event)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파업의 현장에서 누가 무엇을 사용했는지, 그 사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것을 들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뒤따라야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물리적 '폭력'만을 폭력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임신한 직장 후배에게 폭언을 내뱉던 직장 상사의 행위는 어떻게 보면,
뱃속의 아이를 유산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포함하기 때문에
더 폭력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것을 꾸준히 몇십년동안 군소리없이 일해오던 어느 한 사람에게
회사가 아무런 통보없이 해고의 명령을 내린다면,
그래서 그가 길거리로 나가서 돌이라도 던진다면,
그에게 '당신은 폭력적입니다.'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파업,시위등의 행위는 그것이 발생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연관됩니다.
그것을 모두 배제한채 시위를 하는 시위자들에게
폭력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을까요?
그들을 아무런 사유없이 하룻밤만에 거리로 내몰았던 행위는
'폭력'적이지 않은 것인가요?
그리고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회사에서 수십년동안 일을 잘해오던 사람이
회사의 경영악화로 인해서 해고위기에 몰린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회사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보다 회사를 경영했던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요?
그런 그들에게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었으니
'이제는 회사를 나가주어야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폭력적인 것이 아닌가요?
그러한 행위에 불복종하여 시위를 하는 것이
그들의 잘못 - 회사경영 - 으로 인해서 가해진 폭력 - 해고 - 보다 더 폭력적일까요?
무엇이 폭력이고 무엇이 비폭력일까요.
그리고 우리에게 그것을 구별할 정도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4.19나 5.18, 그리고 87년 6월항쟁을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5.18 광주의 경우에는 그 당시에
반동분자들에 의해 일어난 내란사건으로 보도되고 알려졌지만,
그리고 광주시민들은 그 안에서 총을 들었지만,
우리들은 그들에게 '폭력'적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그러한 행위를 그들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을 합니다.
커다란 국가적 폭력에 맞선 하나의 작은 저항이라고 말이죠.
하나의 사건은 이렇게 역사에 따라서 달리 해석됩니다.
단순히 그들이 총을 쏘았다, 쏘지 않았다라는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폭력이라는 것,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행위로서만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그 행위를 둘러싼 많은 관계들, 사건들을 함께 바라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폭력, 그 자체로만이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폭력'이라는 것은 하나의 행동으로서 드러날 뿐만이 아니라
그것은 언어로서 드러날 수도 있는 것이고, 환경으로서 드러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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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외연 너머에 있는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어쩌면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하는 인간의 정신적 능력일 것입니다. 모든 대중에게 그런 능력을 바랄 수 없으니 중간자의 역할을 맡은 언론이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언론은 얼키고설킨 이해관계에 발목이 꽁꽁 묵여 있는 게 사실이죠. 그 이해관계가 정치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말입니다.
이와 더불어 또 한 가지 고려해야만 할 점은, 시위를 주도하는 집단이 빠져 있는 매너리즘 - 즉 폭력이 벌어지는 상황을 연출해야만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사고에 젖어 있다는 점 - 에 대하여 반성적 고찰을 하는 노력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뉴스 소비자들은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런 폭력 유도 방식의 시위가 오히려 비효과적이기까지 합니다.
목적의 정당성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면, 설득에 실패한 원인이 방법에 있지 않았는가 하는 고민도 결코 소홀히 하지는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 매우 와닿는 글이네요.^^
그러나 어떠한 방법으로 대중을 설득해 나가야할지에 대해서는 사실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그를 넘어서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기란 더더욱 어려운 법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물론 대다수의 운동조직들이 지극히 관성에 빠져있지만 그렇지 않은 집단을 살펴봐도 정말 생각을 깨어주는 별다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너무 조급한가요?ㅎㅎ
집회나 시위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지만 결국 롤스의 사회정의론으로 귀결될 뿐(그리 귀결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속시원하게 정리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