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를 기린다는 것



추석연휴 다들 잘보내고 계신가요?

어떻게들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며칠간 이 곳을 둘러볼 여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추석연휴 저는 2박4일동안 지리산을 그리고 바로 이어서 성묘를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간만에 쓰는 글이기도 하고,

좀 더 재충전 된 상태에서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지 기대를 해봅니다.
(지리산 여행기는 사진이 정리되는 순간 써볼까 합니다.)



오늘은 제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죽은 이들을 기리는 일'에 대해서 말입니다.

다들 어떠한 추석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분들은 교회를 나가셔서 추도식을 지내셨을지도 모르고,

어떤 분들은 절에 다녀 오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전통적인 양식에 맞게 제사를 지내셨을테고,

어떤 분들은 다소 간소하게 이번 추석을 보내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버지쪽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추석에는 그 두분을 기리게 됩니다.

또한 큰집이 독실한 집안이기 때문에 제사대신에 추도식을 지냅니다.

우리 부모님과 저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큰집의 종교를 따라서 추도식을 지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기리는 행위가 제사가 될수도

아니면 다른 어떠한 형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 형식이 지내는 사람과 맞지 않을 경우에는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기독교의 추도식으로 보냈던 이번 추석도 저에게는 조금은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찬송가의 문구에 동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교회의 이야기에 동의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렇다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거나

그렇지 않다면 좀 더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각자가 어떻게 하면 죽은이를 가장 잘 기릴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그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을 위해 죽은이를 기리는 가'였습니다.

기독교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추도식은

어떻게 하면 신께 더 다가갈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진행이 됩니다.

죽은 이를 직접적으로 기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죽음 - 영생을 통해서 신께 더 다가갈 수 있을까를 이야기합니다.

적어도 저의 경험에 비추어서는 말입니다.

이는 아마도 '나 이외의 신을 믿지 말라'는 기독교의 정신이 큰 영향을 했었겠지요.



저는 종교의 교리나 어떠한 행동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일이 저에게 의문을 던졌던 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무엇을 위해서 죽은 이를 기리는 것'인가 입니다.

위에서 저의 큰집은 신을 위해서 죽은 이를 기리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위해서 죽은 이를 기리고 있는 가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에게 상당히 큰 물음으로 다가왔었습니다.



2001년 대학에 들어와서 두 명의 열사를 추모했었습니다.

96년도 교육투쟁으로 돌아가신 노수석 열사와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이한열 열사, 이 두 열사를 추모했었습니다.

그 때 들었던, 그리고 경험했던 말들 중에

위의 물음에 다가설 수 있는 힌트가 있었습니다.




죽은 자를 기리는 것,

그것은 단순히 그를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 사상들을

어떻게 하면 현실에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열사를 현재에서 다시 만나는 일이며

열사를 과거의 인물이 아닌, 현재의 인물로 거듭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열사를 단순히 제3자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열사의 문제를 곧 나의 문제로,

열사의 고민을 곧 나의 고민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열사를 다시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저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기억도 없습니다.

그 분들이 어떻게 생기셨는지에 대한 기억도 없고,

그 분들과 함께한 기억 역시 없습니다.

그 분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면서 사셨는지도 모르고,

그 분들이 어떠한 고민을 하시면서 사셨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저에게는 두분을 기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게 느껴집니다.


무엇으로 그 분들과 만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제가 어느덧 나이가 들어서 죽게 된다면

전 누군가가 저의 이름을 기억해 주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제가 가졌던 고민들, 제가 만들어 가는 생각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나중에 책이라도 한권 써야겠습니다.

책을 쓸 여유와 능력이 없다면

이 블로그라도 계속해서 남겨두는 것, 그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요?




이번 추석은 여러모로 제게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던져주는 추석입니다.
2006/10/07 21:21 2006/10/07 21:21

Trackback Address :: http://hyuk.co.kr/trackback/56

Leave a comment !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