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드디어 한달 조금 넘게 고민을 하면서 만든 홈페이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이게 제가 만든 연구실 홈페이지의 첫 화면입니다.

구경 가실 분들은 http://colloid.yonsei.ac.kr 로 가셔서 보시면 될 듯 합니다.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상의 공간이든, 현실의 공간이든

누군가가 접속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창조해 내는 일입니다.
(가상과 현실의 이분법에 대해서는 조만간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공간은 어떤 의미로든 제작자 또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겨져 있습니다.

어떠한 공간에 빼곡히 나무를 심어놓는다면 그 곳은 그늘의 역할을 할 것이고,

어떠한 공간에 단순히 벤치만을 가져다 놓는다면 그 곳은 쉼터의 기능을 할 것입니다.



초기에 홈페이지를 기획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과연 어떠한 가치를 담아야 멋진 홈페이지가 나올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기존의 홈페이지를 넘어서는 무엇을 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나의 홈페이지가 단순히 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즉 그곳에서 모든 자료들이 그 곳에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립된 섬이 아닌 하나의 광장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모든 만남이 하나의 홈페이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많은 홈페이지는 알고보면 접속의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홈페이지는 특정 정보만을 수렴해 놓기 때문에 그 곳에서 멈추게 됩니다.

보통 그러한 접속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검색사이트들이며, 현재는 그들도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네이버의 정보검색은 네이버의 정보만에 한정될 뿐이지,

또한 네이버만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제한해 놓았을 뿐이지,

순수한 검색 및 접속의 의미를 담당하지는 않습니다.

일례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검색을 하면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많은 검색사이트들이나 홈페이지들은 자신들의 경계를 뚜렷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안에서만 정보를 축적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위의 홈페이지 역시 수렴을 목적으로 한 홈페이지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크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렴을 목적으로 한 홈페이지와 발산(접속포함)을 목적으로 하는 홈페이지는

그 목적이 서로 다르며

두가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정보를 생산해내는 자들이 많다면,

그에 비해서 그 정보들을 소통하고 교류하게 하는 자는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정보들을 만들어 낸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소수 독점적 네트워크안에서 통제를 당한다면

소통의 가능성이 희박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네이버, 구글, 엠파스, 야후와 같이 정보의 검색, 접속, 통제를 맡고 있는

소수 독점적 네트워크들 안에서는 아무리 많은 정보들을 생산해 낼지라도

독점적 네트워크 안에서 절단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기호에 맞게 정보들을 접속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요지는 어떻게 하면 사이버공간에서의 네트워크를 늘려나갈 것인가 입니다.

어떻게 하면 독점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네트워크들을 구성해 나갈 것인가이고,

어떻게 하면 정치적, 경제적으로 구애받지 않는 네트워크들을 구성해 나갈 것인가이고,

어떻게 하면 소수의 독점적 네트워크가 아닌,

다수의 다양한 네트워크들을 구성해 나갈 것인가 입니다.


더 많은 검색사이트가 제공되어져야 합니다.

더 많은 자율적 네트워크들이 조직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있는 네트워크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소수가 모든 정보들의 '통제'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을 다수의 네트워크들이

어떻게 '배치'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2.

이제까지 많은 홈페이지나 팜플렛등을 만들어 왔지만,

이번 홈페이지가 저에게 가지는 의의는

처음으로 상대방의 시선을 의식해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전의 것들은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능력을 전부다 드러낼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했었지,

어떻게 하면 생각한 컨셉대로 만들 것인지만을 생각했었지,

사용자의 편리함, 배려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게 했던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정보는 그것이 사회나 대중 앞에 노출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하나의 정보가 아니게 됩니다.


그 정보는 다양한 눈, 생각과 접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의 홈페이지를 보면서

고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예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의 기사를 보면서

환호성을 지를 수도 있고, 깊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공개된 하나의 정보는 더이상 그 누구의 소유가 아니며,

하나만의 느낌이나 감응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느낌과 감응과 대응합니다.

나 자신만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것도

그것이 만약 다른 이들에게 공개된다면,

더이상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물건의 소유는 본인일지 모르겠지만,

그 물건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크게 변할테니까 말입니다.

그 물건은 비평가들의 판단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의 눈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될 것입니다.


이번 홈페이지는 나름대로는 보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공개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더 이상 나의 생각만을 강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떻게 하면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선보일 것인가를 고민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아 보입니다.

지금은 이 정도가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2년전에 만들었던 홈페이지를 지금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것처럼 앞으로 2년이 지난 후에는

저도 역시 지금의 홈페이지를 보면서 웃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한 달동안 저에게 많은 고민을 담겨주었던 일들도

이제는 하나의 결과물로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지금의 결과물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것이며,

어떻게 하면 더욱더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욱더 멋진 생각들을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다음에 만들 작품들은

- 그것이 홈페이지가 될지, 신문이 될지, 어떠한 매체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

좀 더 신선하고 논쟁이 될 수 있는 그러한 작품이었으면 좋겠네요.









ps. 원래 하나의 글에 ps를  달지 않지만 광고하나 드리겠습니다.


제 후배 한명이 초벌 번역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살거 같지 않을만한 책이지만 그래도 홍보합니다.

[트로츠키주의 비판 - 빛나는 전망]

책 값이 단 돈 6,000원입니다.

비싸지도 않은데 한번씩 읽어봅시다.

그럼 홍보를 마치겠습니다.

2006/09/17 17:09 2006/09/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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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젼 2006/10/06 1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친절한 선배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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