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성


한 대학에 있은지 벌써 6년이 다 되어갑니다.

제 인생에서 6년이라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닐 것입니다.

문득 오늘은 무엇에 대해서 글을 쓸 것인지 고민하는 중에

대학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에 대한 연속성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대학이라는 곳은 여타 다른 곳에 비해서 연속성을 지니기가 힘이 듭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연속성이라는 것은

개인의 삶의 연속성이라기 보다는 대학의 조직 내의 연속성입니다.

개인의 삶이야 연속과 단절이 비주기적으로 일어나기에 따로 일반화하여 말하기 쉽지 않지만

어느 환경에 속해있는 조직 내의 연속성이나 단절에 대해서는

그나마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대학에는 많은 조직들이 존재합니다.

학생조직인 반학생회, 동아리, 학회등을 포함하여

대학원에는 연구실, 행정기관등이 있으며

학교의 일만을 담당하는 학교내의 조직들도 있을 것입니다.

재무처나 학생처같은 곳이 이에 해당하겠지요.

이렇게 많은 조직들이 존재하지만

우선은 제가 경험했던 조직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대학에 입학을 하면 가장 먼저 접하는 조직은

학생조직인 반학생회 또는 반에 속해있는 소규모 공동체, 또는 동아리일 것입니다.

이러한 조직들은 해가 지나면서 그 모임이 갖는 위상이나 목표가 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2005년 A반 반학생회와 2006년 A반 반학생회는

무언가 긴밀하게 연결된 목표로서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아예 별개의 조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좀 더 다른 예를 들자면

내가 들어왔을 때의 동아리의 모습과 내가 졸업할 때의 동아리의 모습은

아예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A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하던 동아리가

어느덧 몇 년이 흐른다음에 B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C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던 학생회는

어느덧 다음 해가 되고 사람이 바뀌자

D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학생회를 운영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의 연구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해왔던 연구실이

어느덧 사람들이 몇번 바뀌고 나자 F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사실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목표나 주제가 장시간에 걸쳐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면

위와 같은 조직들은 그러한 목표나 주제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여건자체가 안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단시간에 해결될 것들도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존재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일 수록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어느 한 조직이 가질 수 있는 목표의 연속성, 주제의 연속성은 중요한 문제이며

그 조직의 위치와 한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10년동안 A라는 주제로 열심히 연구를 해 온 연구실과

1년 주기로 다른 연구를 하는 연구실은 당연히 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5년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연구가 있다면 전자의 연구실은 연구에 몰두할 수 있지만

후자의 연구실은 그러한 연구를 맡기가 쉽지 않을 듯 보입니다.

다른 예로 대학내 자치공동체 내애서의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목표가 있다면

그러한 목표는 단순히 1~2년안에 이루어 낼 수 있는 목표라 생각하기 힘듭니다.

몇 년에 걸쳐서 목표에 따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목표이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물으실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건 그냥 길게 할 일이 있으면 길게 하면 되는 것이고

짧게 하는 일이면 짧게 하면 되는 것이지 뭐그리 어렵게 생각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어느 무언가를 일관되게 진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조직 안의 어떠한 조직원들이 존재하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학과 같은 경우에는 매년 새로운 신입생들을 맞이합니다.

그들은 보통 학교 안의 대부분의 활동에 대해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행사를 이끌어 갑니다.

그렇기에 매년 어떠한 성향의 신입생들이 들어오느냐는

대학에 있어서 1년을 좌지우지 할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잡습니다.

회사의 경우에는 철저한 확인작업을 통해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뽑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모자른지 그에 해당하는 연수기간을 두어서

회사에 적합한 인물로서 만들고자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전임자의 교육을 그대로 물려 받으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대체로 일관적으로 장기간의 프로젝트나 계획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다른 일로 인해 자리를 비운다고 할 지라도

그것을 채워줄 만한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대학의 학생조직들은 그러한 연속성을 가지기가 매우 힘이 든 듯 합니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을 미리부터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또한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이 다수를 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대학 축제의 1/3이상은 신입생일테고

동아리에서도 신입회원들이 점하는 위치는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신입생들은 매년 똑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대학의 학생조직들이 비슷한 목적이나 목표를 갖는 사람들을 선발하는 것도,

그러한 장치를 만들어 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 곳에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습니다.

어떠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졌던 사람들이 동아리를 만들었어도

이내 그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동아리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다른 목적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4년동안의 기간동안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대학의 학생조직들은

어떠한 목표나 목적, 주제를 연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으며

몇몇의 사람들에게 연결되었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다수를 점하거나 혹은

그에 해당하는 어떠한 힘을 가지지 못한 경우에는

그 조직의 목표, 목적, 주제등은 변하고 맙니다.



어떠한 사람들이 그 조직 안으로 들어오느냐,

그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얼마만큼 그 조직 안에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 한가지로 생각하여야 할 것은 외부의 환경입니다.

누가 그 조직을 구성하고 있느냐 역시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 조직을 둘러싼 환경입니다.

대학의 학생조직들은 대부분이 1, 2학년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합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1, 2학년 학생들이 그러한 활동을 할 충분한 여유가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3, 4학년은 대부분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 - 취업, 군대 - 에 대해 대응하여야 하며

그렇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외부의 환경 이외에 무언가를 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군대가 좋은 예가 될 수가 있겠군요.

2년의 공백이란 대학 안의 조직들에게 있어서는 그리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군대가기 전에 속했던 조직에 2년 후 다시 들어가 적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도 바뀌고 환경도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는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은 정말 그 빈틈을 잘 매꾼 조직이 되겠네요.


신입생들을 상대로 교양을 쌓기 위한 모임을 만들었어도

신입생들에게 주어지는 학업이 워낙 많다면 신입생들은 그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그 모임은 주어지는 학업의 일정에 맞추어서 진행될 것입니다.

설마 신입생들이 시험이 있는 주에 모임을 진행하지는 않을테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그 조직의 목표나 목적을 달성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겠지요.

회사에서는 어떨까요?

아예 노동력이라는 이름 하에 판 삶을 회사에 헌납함으로서

회사에 맞춰서 자신의 모든 삶이 진행되기에

회사는 그만큼 안정적으로 조직을 움질일 수 있습니다.




마치 회사는 좋은 조직이고

대학의 학생 조직들은 나쁜 것 같이 들릴 수 있는데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고자 하는 것은 일관성있게 나아갈 수 있는 조직을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되는 것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 안에 있는 구성원의 만족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니까요.

좋아서 하는 동아리와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니는 회사는

개인에게 있어서 만족도 자체가 다를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언가 일관된 목적, 목표 또는 주제를 가지고자 한다면

회사 안에서도 배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고

대학의 학생 조직들은 대부분 그러한 부분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무엇을 고려해야 되는지 역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일관성이라는 이름 하에 연속성을 이야기했지만

제가 이야기했던 일관성이 통일성을 이야기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떠한 하나의 목표가 개개인이나 환경이 동일함으로서 다다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차이만이 반복된다.'라는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말이 어떤 말인지 아마 바로 다가오지는 않으시겠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이야기는 다시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2006/10/26 19:03 2006/10/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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