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도구와 정책의 장

매주 일요일마다 한 주간의 고민에 따라 글을 써 볼까 합니다.


페이스북을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일상이 연결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인적 네트워크가

아주 손쉽게 다른 사람의 인적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아주 손쉽게

나의 인적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고,

저는 클릭 한번으로 몇 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그들의 일상에 파고 들 수 있었으니까요.


동시에 두려움도 들었습니다.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내 일상, 하나 하나가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노출될 수 있는,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내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 제어는 가능합니다만,
기본적인 속성 자체가 관계의 확장이라 대세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혹, 저와 친구를 맺은 사람들은 오해하지 마시길.. 저는 충분히 제어하고 있습니다.ㅎ)


페이스북과 같은 소통도구들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자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마 누군가가 충분하게, 그리고 자세히 묘사해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어쩌면 진부한 이야기의 연장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정보들이 소통도구를 통해서 유통됩니다.

개인의 사소한 일상사부터, 정치적 견해, 사회적 사건까지 유통됩니다.

이 정보들이 가지는 경중, 정치적 지향, 취향 등의 스펙트럼은 너무 넓어 보입니다.

누군가는 소통기구들을 일기장처럼 쓰고 있고,

누군가는 소통기구들을 기사와 같이 쓰고 있습니다.

때로는 제 자신이 무척이나 관심이 있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들이 올라오기도 하며,

때로는 전혀 관심없는 이야기들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는 중요 여부를 떠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양한 소통도구들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들에 대한 제한을 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소통에 대한 필터를 제시하는 순간,

소통도구는 자신의 역할을 필터로 잃어버릴 것이라고 예상한 것 이상을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소통도구가 빛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무게가 다양한 정보들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존재하는 일상의 순간에는

소통도구는 단순히 소통을 돕는 도구로 작용하지만,

다양한 정보들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며 정렬하게 될 때,

소통도구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저항도구이든, 정치도구이든 말입니다.)


다양한 정보들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는 순간은

바로 정책의 창이 열리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책의 창은 문제의 흐름, 정책의 흐름 및 정치의 흐름이 결합할 때 열리게 됩니다.(Kingdon)

그 중에서 정치의 흐름의 변화가 발생하여 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통기구들은 문제의 흐름을 만들기도 하고, 정치의 흐름을 이끌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소통기구들은 하나, 하나의 흐름에 대한 독립변수이기 보다는,
 
종속변수로 작용하게 됩니다.

정책의 창을 더 자주 열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정치의 흐름을 변화시켜 열리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정책의 창이 열리는 순간,

엄청난 정보와 방향성으로 창을 더 활짝, 더 길게 열어 젖힐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상의 소통이

정치의 흐름을, 정책의 흐름을, 사회의 변화를 가지고 오는 순간,

소통도구는 단순히 소통도구가 아닌, 정치도구로 변모하게 됩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극대화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 바람은 소통도구들이 일상의 순간에 있다고 할 지라도,

돌아다니는 정보들이 본인만의 만족을 위한 정보는 아니었으면 싶습니다.

조금 더 남들과 나눌 수 있는,

조금 더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정보들이 조금은 더 많았으면 하는게 저의 바람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기장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테니 말입니다.

2011/03/20 20:52 2011/03/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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