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기존에
정치영역, 문화영역, 사회영역, 사이버 스페이스 영역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의 생각이 맞고 그른지는
그것이 현실사회에서 어떻게 물화되는지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가방 속에는 '사과가 5개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가방을 열어서 사과가 5개 들어있는지 확인해 보면 되는 것입니다.
그 때 제가 생각했던 것, 말했던 것은 사실일 수 있겠지요.
좀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만약 'A라는 친구는 어리석다'라는 생각이 맞는지, 그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A라는 친구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확인하면 되겠네요.
만약 '자본주의 사회는 옳다, 혹은 그르다'라는 생각이 있을 때
그것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앞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 판단해야 되는 것이겠죠.
더 나아가서 '자본주의 사회는 그르다'라고 생각했을 때, 그렇다면 어떻게 옳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예전에 사회영역이 복잡, 미분화 되어 있지 않았을 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관념 혹은 담론)을 현실사회에서 찾아보거나 행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착한사람이야' 라고 생각한다면, 그 날부터라도 착한 짓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착한 짓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규명되어야 겠지만 말입니다.
단적인 질문으로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사이버스페이스' 혹은 인터넷 공간들은
실제 존재하는 사회인가요, 아닌가요.
실제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관념적인 것인가요, 물적인 것인가요.
질문이 점점 어려워만 집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생각(관념 혹은 담론)과 실제 사회(그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계이든, 사이버스페이스든)가
맞닿는 지점이 어디인가에 따라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생각들이 세상을 두드리지 않는다면,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착해진다, 착해진다 라고 생각만 한다면 과연 착해질까요?
착한 행위를 함으로서 착해지는 것이겠지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는 생각들이 어떻게 행해질 수 있고,
어떻게 세상을 두드릴 수 있는지가 이야기되어야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했던
단순히 '착하다, 착하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변화를 가지고 오지 않는 행위이겠지요.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내가 행위함으로서 바꾸어 낼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이 물질들과 내 생각(담론 혹은 관념)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알 수 없다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생각인지, 단순히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행위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에 이야기했듯이 사이버 스페이스가 단순히 가상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현실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가상공간은 단순히 가상공간에 불과하겠지요.
그러나 누군가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현실사회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무엇이 현실(Real)인가, 그리고 현실이 무엇(물질)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실을 변화시키는 핵심으로 다가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그것은 즉 나, 혹은 나의 생각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이 '노동'이라고 생각했다면,
(직접 행위를 함으로서 생산을 해내는 것이기에)
지금 복잡 다단한 세상에서 단순히 관념, 담론들만 생산해내는 노동에 있어
그것을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이미 너무나 다변화되었고, 어떤 식으로든 세계화되고 있고,
무엇이 현실(Real)한지, 무엇이 가상(Unreal)인지도 헷갈리게 되었고,
무엇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인지가 불명확하게 된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지금의 넓은 세상을 아울러 이야기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기에는
제 자신은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나 행위, 생각들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가끔 회의하다가 보면 저것은 중요하지도 않은데 왜 저런 이야기를 하지?
저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것부터 이야기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저 생각은 너무 관념적인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비록 지금의 넓은 세상을 아우르지는 못할지라도,
지금 내가 발딛고 있는 이 공간에서는 무언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언가 행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무엇이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하며, 내 생각과 그것과 맞닿는 지점이 어디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변화시켜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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