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이야기하는 예민함에 대해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학생수첩에 사진 한장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학생수첩에 들어갔던 사진에는
남학생들이 여장을 한 상태로 상반신을 벗고 찍었던 모습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발견한 총여학생회에서는 총학생회를 상대로 이야기를 하였고
총학생회는 사과와 함께 학생수첩을 다시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마 문제가 되었던 그 사진은 없어지겠지요.
그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축제때 찍은 사진인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문제를 제기했던 분들은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그 예민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한 수업에서 언어 성폭력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항의했고
교수는 너가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니냐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학생은 예민한 사람입니다.
그 '예민함'을 배워야 합니다.
사물이나 사건을 예민하게 볼 수 있는 관점을 사랑해야 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둔감함에 돌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소수자만이 그러한 예민함을 가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기에 소수자의 그룹에 있거나 혹은
소수자-되기를 통하여 그 예민함을 습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모든 분야에서 소수자는 아닙니다.
대다수의 분야에서 소수자로 전락한 사람들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다수자로, 어떤 부분에서는 소수자로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학원의 석사생들은 사람수가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소수자이고,
그 석사생들이 학부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할 때에는 혼자이지만 다수자로 존재합니다.
애초부터 다수자와 소수자는 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떠한 힘을 지니고 있는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여성은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흑인들은 미국사회의 많은 수로 존재하지만,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서 있는 것입니다.
포도주를 감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같게 보이는 포도주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아니 저에게는 미묘할지라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이상 미묘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그들은 그것을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그것은 많은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음식의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도 그럴 것이고,
여러가지 게임을 해봄으로서 게임간의 미묘한 차이를 발견해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더 맛있는 음식을, 더 재밌는 게임을 즐길 수 있거나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똑같은 포도주인 것을 가지고 그렇게 구별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입니다.
또는 음식은 먹으면 다 똑같은 것이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별로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남들이 가진 능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의 것을 창출할만한 잠재적 힘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모두가 같은 술이고 같은 밥이기 때문입니다.
라틴어에서 진리라는 말의 어원을 따져보면 맛을 본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짠지 매운지 싱거운지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더욱더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능력,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남들과 다르게 읽어낼 수 있는 능력,
그런 것이 진리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어원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민감함, 예민함에 치를 떠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들의 둔감함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입니다.
또는 자신이 다수자이기에 그 감각이 서서히 둔감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장애인들에게 당신들은 왜 그렇게 예민하느냐라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가진 예민함을 배우려하고, 그들의 예민함을 사랑하면 되는 것이지
자신의 둔감함을 가리기 위해
상대의 소중한 시야를 쓸모없는 하찮은 것으로 만드려고 하면 안될 것입니다.
그들의 예민함에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본인의 둔감함에 과감없이 칼을 들이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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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좋아요.
항상 말하시던거긴 하지만
정리도 착착 잘 되있구 ㅎㅎ
사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
저 사진이라기보다는 그림이 다양성을 상징하나?
아마 그런가봐.ㅎㅎㅎ
외국에서 동성애자들이 행진을 할때 저 그림이 그려진
플랭카드를 들고 행진하는거 같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