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논문의 무미건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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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이다 보니 이런저런 논문들을 보게 됩니다.

거의 똑같은 포멧으로 쓰여진 논문들은 너무나 무미건조합니다.

 서론, 실험, 결과, 결론으로 진행되는 논문들,

그보다 더욱더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는 것은 감정없음이라고 할까요?


비단 과학 논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문대, 사회대등 많은 논문들이

'글쓴이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과학 논문에서 절정에 다다릅니다.


무미건조하다는 말은

말그대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말입니다.

A라는 사람의 글과 B라는 사람의 글에서

다른 사람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맛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왜 논문은 사람냄새가 나지 않으며,

왜 논문은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법칙에 따라서 쓰여져야 하는 것일까요?


과학 논문에서 사람들에게 객관성을 얻는 방식은

그러한 틀에 맞추어서 쓰여져야 되고, 내용 역시

글쓴이의 감정이 절대 드러나서는 안되는 승리자의 역사만이 기록되어야 형식입니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과학의 객관성이란 위에서 열거한 것들로 구성되는 것이겠지요.

'무엇무엇이 객관적이다'  라고 할 때 마치 그것은 모두에게 공증을 얻은 듯한 지위에 놓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드려다 보면 그 객관성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가치, 형태로서 구성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학 논문을 서론, 실험, 결과, 결론의 서사로 쓰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잘 쓴 논문일지라도

내용은 전부다 폐기되게 됩니다.

형식에 맞추어진 글 만이 읽혀질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며,

그 형식은 글의 내용과 동시에 객관성의 판단기준으로 작용합니다.

그렇게 쓰인 논문이 과연 좋은 논문일까요?


자신의 실험, 혹은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더 나은 형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현재 나오는 논문들은 모두 하나같이 승리자만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실험을 진행하였더니 결과가 이렇게 나오더라' 라고 쓰여집니다.

그 논문 안에는 오직 그 내용만이 실리게 됩니다.

어떻게, 어떻게 했더니 실패하더라 라고는 결코 언급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했더니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 라고는 결코 언급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내용이 더 중요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패배의 역사가 승리의 역사보다 값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논문은 개개인의 과학자, 공학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열정을 담고 쓰여질 수는 없는건가요?

사람의 냄새를 모두 지워버린 - 지워버렸다고 생각했겠지만 말입니다. - 논문이

가장 좋은 논문이고, 가장 객관적인 논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소설책을 보고 우리가 진한 감동을 느끼듯,

논문에서 그러한 감동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인가요?


지금의 과학은 그 형식을 만드는 사람들, 그 내용을 평가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한감동과 새로움으로, 때로는 상상력이 풍부하게 담긴 논문이 읽혀지길 바랍니다.

그러한 논문을 쓰고 싶고, 그러한 논문을 읽고 싶습니다.

그 내용도 내용이겠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과학의 전부인 양 생각하게 하는 것들을 몰아내고

다시 넓은 광장에서 과학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과학의 시작은 무한한 상상력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2007/02/26 19:39 2007/02/2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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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seb 2007/02/26 1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논문하고는 거리가 먼 쪽이라 잘 모르지만, 아마도 문장 간에 뜻을 잘 숨겨놓고 읽는 사람이 그것을 잘 찾아내는 장치를 해 놓으면 어떨까 싶네요. 일반 업무에서조차도 정해진 기안양식으로 올리지 않으면 바로 위선에서 빠꾸 당하는데 논문의 경우는 그 양식이 엄청날 것 같습니다. 혹시 논문쓰기 싫어서 그러는 것 아니시죠?

    • 2007/02/27 0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맨끝의 말이 좀 와닿긴 하네요.ㅋ
      논문은 잘썼어요.^^
      같이 썼다고 해야되나? 암튼 그렇지만 말입니다.
      그런생각을 해봤습니다. 논문에서의 무미건조함이 과연 글에서만 끝날까라는 생각, 회사에서의 문서가 단순히 문서에만 그칠 것인가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것은 관계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에 틀을 맞추어야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렇게 만든 사람의 숨은 의도가 있을거에요. 이미 그 안에 가치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죠.
      전 그 가치가 좀 더 새롭고, 활기차고, 상상력이 넘치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가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