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과 마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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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 대한민국이라는 곳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인 것 같습니다.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치를 한다는 한 당의 대표자는 성적인 농담(?)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농담은 농담으로 끝나야 한다는 같은 당 여성의 인터뷰를 보면서

더욱더 착잡해지는 하루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무엇이 성폭력이냐를 이야기하자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그러한 것은 너무도 기본적인 것이기에

다시 언급을 해주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정도입니다.



한사람의 장난으로 한 사람이 죽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장난이였어.' 라고 그렇게 넘어갈 수 없듯이

그것이 본인이 농담이었든, 아니든

그것은 성폭력이었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법을 제정하는 사람이 그러한 개념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움을 넘어서 착잡해지는,

도대체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쳐주어야 될 상식조차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될 지 눈앞이 깜깜해지는 하루였습니다.



대한민국 주요 언론의 통로가 되어버린 네이버는

하루만에 그 사건에 대한 기사들을 내려버렸습니다.

내렸다기보다는 안보이는 곳에 기사를 배치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어찌보면 너무나 중요한 사안임에도

역시나 그렇게 그렇게 넘어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그들은 말했습니다.

농담이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농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폭력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본인이 아닙니다.

이것이 성폭력이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성폭력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가해자의 시선으로 재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안에서 그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그 순간 성폭력이 되어버린 것이며,

더이상 농담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더욱더 큰 곳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이 그러하듯이 그것은 나이, 권력, 지위등과 어우러져 이루어집니다.

그것은 피해자의 입을 막는 역할로 작용하며 - 해고,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피해등 -

사건을 그자체로 사건화 시키지 않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도

만약 기자간담회가 아니였다면, 혹시 당원 간담회와 같은 자리였다면 어떠했을까요?

장담못하겠습니다.

과연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제지할만한 사람이 있었을까요?

너무나 당연스럽게 넘어가지는 않았을까요?

혹시나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당신이 지금 당대표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되묻지는 않았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성적으로 자유로워진 사회에서 그정도 발언이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라고 말입니다.

그들은 마광수나 다른 여타 영화를 이야기하며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성적으로 예전보다 조금은 더 자유로워진 것이

성폭력을 자유롭게 저지를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광수나 여타 영화들이

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기존의 성적 억압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면

강재섭, 그는

기존의 성적 억압을 너무나 잘 이용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마광수가 될 수 없고, 영화 '거짓말'이 될 수 없습니다.

마광수나 여타 영화들이 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싸워왔다면

그는 자신의 권위에 기대어, 남성의 기득권에 기대어, 가부장적인 사회에 기대어

이야기한 것에 불과합니다.




성적 자유로움이

성폭력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성적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성폭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해야 하며,

그 자유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단지 기존의 권위 - 남성, 가부장제, 국회의원 - 에 기대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서 기존의 틀을 더욱더 공고히 함이 아니라,

현존하고 있는 잘못된, 억압된 틀을 깨트릴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기존과 다른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강재섭, 그는 아마도

이번 사건으로 잠시동안 조용히 지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생각을 바꾸어준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그의 곁에는 '재수없게 잘못걸린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얼마지나지 않으면 조용해지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단순히 사과를 하면 넘어가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는 또 시간이 지나면 나와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겠지요.

그게 더 싫습니다.

그가 그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몸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를 희망합니다.






ps.

같은 시기에 마광수는 자신의 시집에 다른 사람의 시를 끼워넣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위의 글하고 연관시켜서 쓰기에는 주제가 동떨어진 듯하여 쓰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창작자의 노력을 빼앗은 행위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잘못과 별도로

그가 한국사회에서 행해왔던 성적 억압에 대한 문제제기, 그로 인해 엄청난 폭력을 감수했던 것은

그의 노력이자 성과임을 인정해 주어야 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2007/01/05 23:18 2007/01/0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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