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개정 : 제도 정치를 넘어서 참여 정치로의 변환
0. 개헌 논의의 중요성
1.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 언론을 중심으로 논의
2. 개헌 논의: 통치구조, 입법구조, 정당구조에 대한 논의
3. 제도의 정치, 참여의 정치
4. 보다 나은 한국 사회를 위하여
0. 개헌 논의의 중요성
한국 사회에서 헌법 개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한국 사회 정치 지형에 커다란 변화를 가지고 오기 때문만이 아니라, 최근 한국 사회의 변화된 모습에서 큰 의의를 지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등장 이후 한국 정치에 새롭게 나타난 현상의 하나는 헌법, 즉 ‘입헌주의’가 정치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1] 박찬표(2006)에 따르면, 한국 사회 보수 진영은 노무현 정부 시기의 부동산 정책, 재벌 정책, 사립학교법 등과 같은 개인의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법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와 반대로 진보 진영에서는 정부의 무능력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서 사회경제적 권리를 담보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미디어법 개정(2010)[2], 세종시 관련 논의(2005,2004)[3] 등 사회의 다양한 갈등에 대한 해소를 사법부의 힘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년 뒤에 있을 다음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개헌 논의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통해 서로 다른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 국민들 앞에 다시 한번 정책의 창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개헌 논의는 단순히 정치 제도만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정치 문화,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이야기기 되어야 한다. 한국 정치 문화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은 향후의 대한민국의 가치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1.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 언론을 중심으로 논의
대한민국 정치 문화의 문제점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은 다양하다. 최근에 많이 실시하고 있는 시민 여론조사에서부터, 정치학 관련 전문가들의 기고에 이르기까지 관찰의 대상과 방법은 다양하다. 언론은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신속하게 전달하며, 언론이 가지는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 글에서는 언론 기사를 중심으로 최근의 대한민국 정치 문화를 어떻게 바라 보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중앙일보(2011.01)는 117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4]. 그 결과,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45.2%)이 개헌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48.9%)로 미세하나마 우세하였다. 즉,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에 다수의 국민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개헌 논의를 이끌고 있는 주요 인물로는 최고 통치자인 이명박 대통령(2010.8.15)을 필두로 하여, 이재오[5] 등이,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는 나경원[6], 안상수[7] 등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기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논의[8]에서 볼 수 있듯이, 개헌 논의와 정치개혁이 현재 국정운영을 이끌고 있는 핵심 구성원을 통하여 이슈가 제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정치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정치적 권력을 지닌 자에 의해서 정책 이슈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현 정치문화의 문제점은 공천권, 통치구조, 정치자금 등 각기 다른 방향에서 제기되고 있다.
먼저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로는 한국 정치문화의 고질적인 문제인 공천권에 대한 문제를 바탕으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주로 당 내에 유력 정치인들을 통하여 이슈화되고 있으며, 각 언론사들도 공천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중앙일보는 ‘한국선거학회’의 의견을 중심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것을 배제하자는 기사(2011.04.05)를 작성함과 동시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는 칼럼(2011.04.15)을 개제하고 있다. 한겨레는 공천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설(2011.01.04)을 작성하였다. 이 밖에도 다수의 언론들이 공천권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나[9], 그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는 수준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이 문제제기에 그치는 이유로는 그 역할이 문제제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이슈 전달의 속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다음으로는 통치구조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권력이 비대하기 때문에 권력을 분산하여야 한다는 입장과 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대통령의 추진력을 강화시켜주어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언론을 통해 살펴본 개헌 논의는 어떠한 통치구조를 지지하는가가 아닌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국민 관심도 없는 개헌을 진행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기사(2011.02.09)를 제시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역시 개헌을 진행하려면 당내 통일된 의견이 먼저 필요하다는 기사(2011.02.09)를 제시하고 있다. 경향 신문도 ‘참 나쁜 개헌론’이라는 제목으로 개헌의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기사(2011.02.06)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위의 중앙일보(2011.01) 여론조사에서 보여지듯이, 현재의 개헌논의가 다수의 국민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단순히 정치권 내에서의 권력 싸움으로 비추어지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개헌이란, 국민들의 삶을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자금 문제는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현실적인 정치자금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2011.03.23)하고 있으며, 조선일보는 정치자금이 정말 부족한 상황인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사설(2011.03.24)을 제시하고 있다. 한겨레(2011.03.06)도, 중앙일보(2011.03.23)도 정치자금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공천권, 통치구조, 정치자금 등 다양한 정치 문제는 각기 다른 이슈로 언론에서 조명되고 있지만, 따로,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정당의 구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입법부에서의 정당의 역할을 어떻게 상정할 것인지, 이 모든 것을 통치구조와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각기 다른 문제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문제이며, 따라서 개헌의 문제는 단지 통치구조를 변경하는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헌의 문제는 어떠한 정치적 문제의식 속에서, 어떻게 정치제도를 구성할 것이며, 이를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정치문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개헌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원인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을 배제한 국가정치는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개헌 논의: 통치구조, 입법구조, 정당구조에 대한 논의
현재 유력 정치인들에 의해 이슈화되고 있는 개헌은 2000년도 중반에 여러 정치학자들에 의해 심도 깊게 논의되었다. 그들은 오랜 논쟁을 통하여, 서로가 일관된 논리 체계를 형성하였다. 대표적인 학자로 최장집, 정진민 등이 있다.
이들의 논의는 단순히 통치구조의 변경을 넘어서, 정당 성격, 입법부 안에서의 정당의 역할 등 정치 제도에 대한 일관된 논리 체계를 만들어 왔다.
최장집(2007)[10]은 한국 사회의 다원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대중정당론을 제기한다. 현재 한국 정당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유권자들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관된 가치를 가지는 대중정당이 그에 해당되는 유권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양당제보다 다당제로 구성되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을 기반으로 하였을 때, 공천권은 국민참여형 경선이 아닌, 일관된 가치를 가지는 당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입법부에서의 정당의 역할은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다. 일관된 가치를 지니는 대중정당은 국회 내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안에서 정책을 생산하기 보다는, 국회를 다양한 가치들의 경합장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국회 안에서의 정책 개발이 국회 밖에서의 다양한 가치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통치 구조 또한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제가 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지배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집권 정당에 대한 가치가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대중정당론은 현재의 정치체계 - 정당, 국회 등 - 가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 하에서, 어떻게 정치체계가 중산층이나, 상류층들의 의견이 아닌, 다양한 의견을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진민(2008)[11]은 대중정당론과 현실인식이 상이하다. 대중정당론이 물질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계급이 형성되었다고 전제하는 반면에, 현대 사회는 물질적 관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들의 합으로서 계급이 형성된다고 바라본다. 따라서 계급은 다양한 가치들에 의해 유동적이며, 이러한 유동성을 받아 들일 수 있는 포괄정당을 제시한다. 당의 진성당원뿐만이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가치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내 선거가 아닌, 국민참여선거가 공천권 행사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입법부는 다양한 가치들을 어떻게 정책화 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는 생산의 장으로 바라본다. 현재 국회가 법안 발의 능력이 행정부보다 부족하고, 잦은 정쟁으로 인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제기되었다. 통치구조로는 이러한 정치체계의 생산성을 중심으로 하여 대통령 중임제를 제시한다. 현재 빈번하게 분점정부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대통령제에 대한 효율성을 저해 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제기되었다.
포괄정당론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 아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정당, 일할 수 있는 국회, 추진력 있는 통치구조를 제시한다.
대중정당론과 포괄정당론에 대한 입장을 <Graph.1>에 종합적으로 정리하였다.[12]
3. 제도의 정치, 참여의 정치
2008년은 대한민국에서 커다란 정치적 의의를 지닌다. 바로 광범위한 촛불 시위가 진행되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단순히 위에서 언급한 제도 정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제도가 아무리 잘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정치는 그 구성원들이 어떠한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시위는 단순히 하나의 운동이기 보다는, 이제까지 가려져 왔던 정치의 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급진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현재의 제도적 개헌 논의가 과연 2008년 촛불시위와 같은 정국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제도의 정치보다는 포착하기 힘든 시민 정치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 이 관계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고서는 개헌이 마치 대다수의 정치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으로 제시되지 않을까라는 환상을 주조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 정치가 중요하다고 해서 개헌과 같은 제도의 정치가 등한시 될 필요는 없다. 개헌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한 통합적인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에 다가가기 위해서 철학자 발리바르의 견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리바르가 이야기하는 시민인륜의 정치는 해방과 변혁의 정치를 무효로 만들거나 대체하는 정치가 아니라, 그것들을 복원하고 재활성화할 수 있는 조건으로서 ‘폭력에 맞선 투쟁’을 전면에 놓는 정치이다.[13] 이러한 발리바르의 견해를 빌려서 이야기할 때, 시민 정치는 국가를 비롯한 각종 정치체제들이 가하는 폭력에 반하는 정치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발리바르는 세계화 되어가는 동일성에 대한 저항으로 시민인륜을 이야기하고 있어 맥락이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이는 동시에 개헌 및 정치체계가 동일성의 폭력을 내재하고 있을 때 시민인륜의 정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개혁 및 개헌의 문제는 시민들의 다양성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론적, 실증적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4. 보다 나은 한국 사회를 위하여
개헌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개헌을 단순히 한국 제도 정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에 한정하여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헌이 마치 대다수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공천권, 정치자금 등 직면해 있는 정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또 하나는 다양한 시민의 의사를 재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1] “헌법에 기대기:민주주의에 대한두려움 혹은 실망”, 한국정당학회보, 제5권, 1호 (2006.1)
[2] “헌법재판소, 언론법 부작위 권한쟁의심판 ‘기각’”, 2010.11.25, newsis
[3] “헌법재판소, ‘행정복합도시’ 결정문 최종정리”, 2005.11.23, mbn, “’행정수도’ 위헌 결정”, 2004.10.22, 부산일보
[4] “5년 단임제 바꾸는 개헌 필요한가, 2011.01.31, 중앙일보
[5] “이재오 ‘올해가 개헌·정치개혁 황금기’”, 2011.02.18, 매일경제, “이재오, 정치개혁 거듭 강조” 2011.02.16, BBS etc.
[6] “나경원 ‘상향식 공천, 가장 시급한 정치개혁 과제’”, 2011.02.22, 아시아경제, “나경원 ‘국민 위한 정당정치 첫째는 공천개혁”, 2011.01.03, 프런티어 타임즈, etc.
[7] “안상수, 상향식 공천 개혁방안 정치권에 제안”, 2011.04.04, 폴리뉴스
[8] “노 대통령 개헌 필요성 언급”, 2005.09.01, 내일신문
[9] “상향식 공천 바람 확산”, 2011.02.17, 조선일보, “톱 투 프라이머리’ 도입을 제안한다”, 2011.02.08, 경항신문
[10] “어떤 민주주의인가”, 2007. 후마니타스, 최장집
[11] “한국의 정당정치와 대통령제 민주주의”, 2008, 인간사랑, 정진민
[12] 해당 논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각주 10), 11)의 도서를 참조.
[13] “대중들의 공포 - 역자해제”, 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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